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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최소한만 하자”

마지막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전 서블릿 기반의 프로젝트를 스프링 프레임워크에 맞게 변환하는 작업이었다. 지친 상태이기도 했고, 동시에 취업 준비도 하느라 다들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어려웠기에 팀장오빠랑 얘기해 프로젝트의 주요 기능만 개발하기로했다. 주요 기능은 메인 페이지(프로젝트 목록 보기, 검색하기, 상세보기), 후원 기능, 그리고 스프링 시큐리티를 이용한 회원 가입/로그인 기능 등 총 5가지였다. 이전에는 DispatcherServlet만 구현하고 나머지는 각자 자유롭게 진행해 취합이 어려웠다. 이번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프로젝트 파일을 미리 만들고, 각자 코드를 작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물론 하루 종일이 아니라 틈틈히) 꼼꼼히 시간을 세팅을 완료하고 배포했다.

세팅을 마친 후에는 역할을 분담했다. 실제 기능을 구현한 나와 팀장, 그리고 다른 팀원 3명은 각각 프로젝트 상세보기, 메인페이지(검색하기, 목록보기), 후원하기를 담당했고, 기능을 구현하지 못한 4명 중 두 팀원은 로그인/회원 가입을, 다른 두 팀원은 매니저 기능(프로젝트 심사)을 담당했다. 이전 프로젝트와 달리 이번에는 모든 기능구현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훨씬 여유로웠다. 다른 팀원들도 각자 하나씩 기능을 맡아서 잘 해낼 것이라 믿었고, 나도 맡은 부분만 충실히 구현하고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다시 생겨버린 욕심 : “끝까지 해보자”

예상처럼 흘러가진 않았다. 주말을 남겨놓고 프로젝트 상황을 점검해보니, 노력은 했지만 진용오빠와 성철오빠가 맡은 회원가입/로그인 부분이 진척되지 않았다. 또한 예진언니와 경인오빠는 관리자 기능 구현을 아예 시작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각자 하나씩은 구현하겠지, 하며 안심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우리 셋을 제외한 주요 기능이 거의 구현되지 않은 상황 속 주말만 남겨놓고 있었다. 안된부분을 포기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평가에 민감하고 경쟁심이 강한 성격 때문에, 능력을 의심 받는 것을 싫어하며 잘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전 3차 프로젝트에서 깔끔히 구현을 못 해 심적으로 힘들었고, 이번에는 꼭 완벽하게 마무리 하고 싶었다. 그래서 초반에 생각했던 “기본만 하자” 라는 생각과 달리,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나도 많이 지치고 예민해진만큼 A와 B한테 조금 짜증을 냈다. 사실 지난 프로젝트 때 실망을 많이 한 탓도 있다. A는 쉽게 포기하고 떠넘기는 경향이 있었고, B는 실력이 부족한 편이었고, 문서유출 같이 미성숙한 행동을 하곤 했다. 그래서 회원가입/로그인 부분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할 때, 불만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사실 그 둘은 끝까지 정말 열심히 해준 사람들이다. 열심히 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신뢰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그들을 배려하지 않고 함부로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외로운 주말이었다

어떻게든 업무를 배분했던 저번과 달리, 이번엔 혼자 진행하기로 했다. 상세보기를 끝낸 후 필수 기능이었던 관리자 기능을 구현 한 후, 주말에 프로젝트 편집과 개발이 덜 된 로그인/ 회원가입 기능을 이어받아 작업했다. 주말 내내 집에 홀로 앉아 코딩만 하다 보니 외롭고 속상했지만, “다 내 공부가 된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팀장 오빠가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 것이었다. 한명이라도 함께 복돋으며 마무리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오빠는 바쁜 주말일정으로 뷰 페이지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에 짜증을 내면서 대응해 정말 속상했다. 물론 자발적으로 맡은 팀장직은 아니지만, 그래도 리더가 함께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많은 책임을 느끼는 상황도 억울하게 느껴졌고, 이전 프로젝트부터 일정 문제로 충돌한 경험으로 서운한 감정이 쌓여 있었다. 주말동안 프로젝트 업로드와 권한 부분을 개발하며 많은 작업을 해냈고, 전체 취합까지 완료하여 거의 개발을 마무리한 상태로 오빠에게 작업을 넘겨주었다. 작업을 넘겨줄 때에도 괜히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나하며 조심스럽게 전달하는 스스로가 안쓰럽고 속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분명 최소한의 작업만 하자고 내가 제안했고, 오빠는 얘기된 자신의 분량을 충분히 잘 수행하고 있는 와중, 나 혼자 급하게 진행한거다.오빠의 능력이 뛰어나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이지 실제로 오빠는 다른 팀의 조장만큼 열심히 하였고 결과물도 잘 나왔다. 그의 역량을 활용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나의 욕심이다. 오빠는 나에게 자신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라고 언급한 적 없다. 내가 자발적으로 나선것은 팀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고 팀원들도 고맙게 여겼지만, 이에대해 상대방이 미안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 물론 나도 이를 각오하고 작업을 시작했지만, 혼자하다보니 외롭고 서운한 마음에 어린 아이 같은 마음이 든 것 같다.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교훈은, 너무 강한 열정을 불태우는 것보다는 균형있게 노력하고 자신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만큼,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미안함이나 고마움을 바라는건 당연하지 않다. 무언가를 선택할 땐 이를 염두하고, 내 마음이 다치지 않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선택을 각오해야한다.

극복, 그리고 성장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인증/인가 기능 보완만 남았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주말을 보낸 후 발표 전날, 밤을 새 학원에 늦게 도착해 작업을 시작했는데, 팀원들과 다른 팀원들로부터 실력적인 인정을 받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전까진 나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듯한 분위기였다면, 그날은 대부분 나와 얘기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희민이가 다 했다”라는 말에 괜시리 위로받으며, “테크 리더”라는 타이틀이 비로소 부끄럽지 않고 과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취합본을 주말에 작업해놓아 다행히 귀가 전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 자잘한 부분을 수정보완하고 발표준비를 하며 마침내 프로젝트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학원의 마지막 날, 그리고 프로젝트 발표 날이었다. 발표와 시연을 진행하게 되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발표는 성공적이었다. 코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이전에 대본을 완벽히 준비했던 것과는 달리 개요만 짜놓고 이해한바를 설명하 듯 발표하니 더 효율적이었다. 내용 이해를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발표 방식을 새롭게 알게되었다. 스프링 프레임워크를 활용한 덕분에 이번엔 기능도 많이 구현하며 취합도 깔끔하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1등을 차지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난번 발표 대본을 만들지 못해 겁을 너무 먹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인혁오빠한테 부탁했다. 도망쳤다는것이 계속 후회스럽고 마음의 짐으로 남았는데, 이번에는 대본 없이도 발표를 잘 해냈다. 그래서 느낀 점은, 모든 일에 완벽한 준비를 하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사실이었다. 발표를 피했던 삼주전의 내 모습과 비교하면, 이제는 완벽하지 않아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능숙하게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서 성장했음을 느꼈다. 마무리가 잘 된것 같아 뿌듯하고 개운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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