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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각자의 우선순위가 있다

팀장오빠로부터 약속기한내 취합된 결과물을 받을 수 없었다. 취합본이 다음 단계에 필요했기에 모두가 답답한 기분이었고, 의견을 제시한 나로선 더욱 당황스러웠다. 부팀장으로서 급한대로 서로의 요구분석서를 참고하여 개별 모델링을 진행하도록 수정했고, 뒤늦게 연락이 왔다. 한 사람이 모든 문서를 취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도와 주겠다고 했음에도 혼자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일정까지 지연되었다. 혼자가 편한건 알지만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진행했다면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상황이라도 빠르게 공유했어야한다. 연휴가 길어 소통방식에 대한 방침이 필요하며, 이를 역할분담에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는 최대한 부담을 덜어주려 많은 일들을 대신해줌과 동시에, 팀장으로서 개인 일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함을 부드럽게, 동시에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 목표였으며, 오빠는 충분히 피드백을 수용할 수 있는 성격이었기에 대화는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모델링 회의를 새벽까지 진행하던 도중 오빤 불편함을 표했다. 나도 힘들지만, 주말에 오빠가 일정이 있어 밤을 샌건데 불만을 표출하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오빠는 주말마다 바쁜 일정이 있었고, 평일에도 여유 시간이 드물었다. 처음 한 두 번은 이해했지만, 문제가 반복되니 팀장 역할을 맡았음에도 나보다 결과물에 대해 조급하거나 촉박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 의아했다. 하지만, 오빠는 자발적으로 팀장이 된 것이 아닌만큼, 원해서 된것처럼 행동하라고 요구할 자격이 없다. 역할 수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 사람이 중간이라도 나서서 맡았어야한다. 왜 나만큼 프로젝트에 진심을 다하지 않고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지 의문이 떠오르며 “왜 나만 이렇게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대학동기들과 공유했을 때, 다들 팀플로 인해 지친 경험이 있었기에, 공감하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어른들과 상담한 결과는 매우 다른 반응이었다. 말씀하시기를, 사람마다 각자의 우선순위가 있으며, 어떤 협업 활동을 하든 내 우선순위를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닐 뿐더러, 애초에 불가능하며, 그럼으로써 내가 힘들어 질 수 있음을 알려주셨다. 난 학생으로써 프로젝트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그렇지않은 다른 팀원들 또한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더불어, 팀원들의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그 템포에 맞춰 계획을 세워야 덜 지치는 협업이 될 수 있다.

나도 몰랐던 의존형 성향

팀장오빠와는 저번처럼 시너지가 좋았다. 오빠는 개발 실력이 뛰어나고 꼼꼼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일을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다. 한편, 나는 구조 설계에 능하며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주도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작업을 시작하면, 오빠는 그 과정에서 꼼꼼하게 검토하며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고 수정해 주었고, 이렇게 작업 속도와 결과물의 품질을 모두 만족스럽게 유지할 수 있었다. 오빠는 항상 내 의견을 존중해주었고, 때로는 내 의견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비현실적일 땐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었다.

나는 팀원들이 힘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모두의 만족을 얻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각 팀원들의 기분과 생각을 최대한 확인하며 이를 팀장오빠한테 전달해 논의했다. 그러나 다른 팀원들은 배려하면서, 오빠는 능력이 있고 친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그러지 못했다. 이전 팀장들한텐 의지를 하지 않아 내가 애써서 되게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는데 이번엔 믿음이 가는민큼 많은 짐을 떠맡긴것 같다. 또한 의지했던만큼 모든 문제에 대해 오빠와 상담하고 논의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인 연락이 그에게는 부담이었을 것 같고, 세세한 부분까지 논의했던 것은 역효과를 낳았다. 정해진 방침을 일정기간은 밀고나가는 것도 중요한데,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과도하게 변화를 추진했다. 발표 직전 준비가 너무 안돼 어쩔 줄 모르던 상황에서 오빠가 발표를 대신 맡아 주었는데, 너무 미안한 마음이었다. 당시엔 너무 겁을 먹어 그랬었지만, 발표가 망하더라도 내가 마무리를 책임지는 것이 맞았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때 의존하려는 성향과 문제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드러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맡은 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며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서유출 소동 : 견제와 인정, 자문과 참견

다른 팀의 언니 오빠들이 나에게 상담을 많이 요청했다. 비전공자로서 기획에 부정확한 부분이 많았지만, 이렇게 신뢰를 갖고 조언을 구해준다는 것이 뿌듯했다. 2조엔 주제에 대한 조언과 위로를, 3조엔 일정 및 개발 단계 관련 조언을 많이 해줬다. 고마움과 동시에, 다른 팀이 우리 팀의 진행 상황에 관심을 갖는 것이 조금씩 부담스럽고 힘들어졌다. 나와 팀장오빠를 높게 평가하여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비전공자인 나와 오빠도 처음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세세한 내용을 계속 물어보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같은 경우, 프로젝트 때는 실제로 너무 바빠 신경쓸 틈이 없었고, 의도적으로 다른 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다. 다른 팀이 성과를 내고 있다면 불안하고, 못내고 있으면 자만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던 도중, 다른 팀원에게 우리 팀원이 팀 공유 문서를 보내는 문제가 발생했다. 미숙한 행동이라 느껴졌고, 더구나 일정 및 개발단계 설계 작성은 대부분 나의 역할이었기에 더욱 화가 났다. 처음으로 팀 활동 중에 심각하게 문제를 언급했고, 오빠들은 이에 대해 사과를 많이 했다. 나도 조금 부드럽게 대처했어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 상황은 분명히 표현해야했던 상황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그 날 상황은 정말로 무겁고 힘들어 처음으로 울었다.

본격적인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수업이 시작되며 새로운 팀이 조성되었고, 강사님께서는 개개인의 실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이로 인해 서로의 실력을 비교하며 견제하는 분위기가 굉장히 강해졌다. 문제 풀이도 이전처럼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고, 칭찬을 받고 성과를 내고 싶은 욕구가 강해질수록, 다른 사람이 잘하면 조바심이 생겼다. 반에서의 내 평가는 대체로 기획은 잘하지만 기술적인 실력은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었고, 특히 내가 테크 리더를 맡은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 건 큰 상처였다. 그러나 이번 JSP 관련 서버 구현 부분에서는 그런 평가에 물러서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고, 실제로 많은 기능을 구현하며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결국 후반부에는 반 내에서 코딩을 가장 잘하는 테크 리더 중 하나로 평가받게 되었다. 견제가 인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고,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이 스쳐가며 울컥했다. 나쁘게만 생각되었던 다른 사람을 견제하고 의식하는 마음이, 적당한 정도로 가짐으로써 긍정적인 경쟁심을 불러일으켜 발전을 이룰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 혼자라도 어떻게든 해낸다?

학원 과정도 오랜 시간이 흘러, 개인 사정으로 충분히 복습하지 못하거나 의욕이 저하된 팀원들이 있어 팀원들 간 실력 격차가 있었다. 복잡한 DB 설계에선 특히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회의 중 발언은 나와 팀장오빠 사이에서만 주로 이뤄졌다. 처음에는 다른 팀원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토론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말이 줄어들어 이해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데이터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기능을 올바르게 구현하기 어려워지기에, 이는 심각한 문제였다. 이 문제를 팀장 오빠과 논의한 후, 회의 땐 팀원들을 지목해 의견을 말하도록 질문했고, 이해하지 못한 팀원에겐 학원 종료 후 따로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팀원들은 DB 파악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고, 다른 팀과와 비교해보니 우리 팀은 더 꼼꼼하게 작업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능구현에 역할 분담 문제가 있었다. 프론트엔드를 맡은 팀원끼리 상황 공유가 명확하지 않아 중복작업을 하거나, 개발 방식 차이로 결국 한 사람이 다시 해야했다. 서버 쪽에선 개인사정으로 집중을 못하거나, 자신의 어려움을 숨기고 상황 공유를 하지 않는 팀원도 있었다. 역할분담을 아무리 세심하게 해도, 담당한 기능이 구현되지 않아 헛수고로 느껴졌고,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지 못하겠다는 태도에 화가 난 적도 있었다. 팀원들을 좋아한만큼 그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려 노력했는데 그 결과, 나와 팀장 오빠에게 과중한 역할이 부여되어 많이 지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테크 리더로서 다른 팀원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이고, 다른 팀원이 못하는 부분을 대신 해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중 하나였다. 또한, 팀장오빠를 재촉하는게 아니라 다른 팀원에게 좀 더 단호한 태도로 상황 공유와 업무 수행을 유도했어야 했고, 실력이 부족한 팀원들에겐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인정시키고 코딩 외 업무를 명확하게 분담해야 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욕심으로 오히려 공적으로 서로를 대하지 못했고 효율적인 업무 진행이 막혔던 것 같다. 이를 돌아보며, 팀원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결과물이 훌륭하게 나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껴, 항상 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팀 작업에 헌신해왔다. 팀원들이 내가 쉬기만을 기다리는 여담이 있다. 어떤 어려움이든 내가 고생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고, 그 결과는 항상 좋았기에, 문제가 있다거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긴 협업 작업을 하며, 업무의 규모와 난이도로 모든 것을 혼자 해내는데는 능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나 혼자라도 어떻게든 해낸다” 태도가 나를 지치게 하는 건 알았지만 효과적이지도 않음을 느껴 충격을 받았다. 이로써, 나는 ‘열심히만 하기’보다는 ‘효율적으로’하는 방식에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좋은 리더십이란 일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정확한 지시를 내리고, 업무 분담을 명확히 하여 최고의 결과를 얻어내는 능력임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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